병원코디네이터 “지하 폐기물 노동자, 열악한 상황 잘 짚어…현장·사람 냄새 나는 기사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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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범 후 첫 회의에서 경향신문 기사와 칼럼이 SNS 등 온라인에서 많이 유통되지만, 경향신문 콘텐츠라고 인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인공지능(AI) 본문요약 기사는 원기사에 비해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고, 모바일의 플로팅 광고는 독자들의 기사 접근을 방해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주가 급등기에 시민들이 포모(FOMO·대세에서 소외되거나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심리)에 과도하게 빠지지 않도록 심리적 처방전과 실용적인 자산관리 기사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 강형철(독자위원장) = 반갑다. 권위지인 경향신문의 독자위원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영광이다. 경향신문이 노력하는 것, 발전하는 것, 독립신문으로 중심을 잡으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뜩이나 정파화된 시기에 굉장히 어려울 텐데 잘하는 것을 성원하고 있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눠 도움이 되면 좋겠다.
■ 김예희 = 주가가 급등했지만, 나만 못 따라가 두려움을 갖는 포모가 최근 관심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어서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상실감이 클 수 있는 종목이다.두 반도체주도 사실은 횡보한 기간이 굉장히 길다. 10년 혹은 20년간 보유한 사람 등으로 나눠서 상승률을 제시하면 이 상승장을 놓친 사람들이 너무 아쉬워할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삼전·하닉 주가 상승 소식에 부러웠어요”…‘수능’ 파던 청소년들, 이제 ‘돈’ 공부한다>(2월6일자) 기사가 있다. 청년들이 ‘기초를 모르면 나중에 다 무너진다’고 생각해서 오르는 와중에 급하게 들어가기보다 기초부터 쌓으려고 돈 공부를 한다는 내용이다. 포모를 느끼고 준비 없이 시장에 뛰어들려는 이들에게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았다. ‘여적’에도 포모 증후군을 이명희 논설위원이 다뤘다. 악마는 맨 뒤에 처진 자를 잡아먹는다, 엉덩이가 들썩여도 정신을 바짝 차리라고 했다. 두려움에 잘 알지도 못하고 사는 걸 경계해야 할 시점에 시의적절했다. 향후 포모 관련 기사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의 심리적 처방전, 어떻게 대처해야 마음이 편할까라는 심리학자의 관점에 더해 한편으로 아주 실용적으로 자산관리 전문가들을 취재해 내가 어디까지 떨어지는 걸 견딜 수 있는지 점검하고, 전체적인 자산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후속으로 다루면 좋겠다.
■ 허윤철 = 독자위원으로 참여하기로 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언제 봤는지 가물가물했다. 주로 SNS에서 공유된 형태로 기사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기사라고 공유받고 볼 뿐 그 기사들이 경향신문 기사인지 모르고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홈페이지가 어떤지 살펴봤는데, 기대가 커서인지 그렇게 훌륭해 보이지 않았다. 첫째, AI 본문요약 서비스 문제다. 지면 기사의 첫 문단(리드)은 훌륭한데, AI 요약 기사는 매우 거칠다. 훌륭한 첫 문단을 두고, AI가 거친 문장으로 요약한 걸 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독자들에게 기사를 잘 전달하기 위해 첫 문단에 공을 많이 들인다. 리드 문장보다 훨씬 떨어지는 네이버 AI 요약을 쓸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모바일에서 뒤로가기를 누르면 플로팅 광고가 뜬다. 포털에서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문제를 떠나 독자로서 불편하다. 모바일에서 기사를 여기저기 브라우징하기 힘들다. 모바일 기사의 레이아웃에서 기사 제목과 사진 선정이 광고의 형식과 구분이 안 된다. 고급지에 맞는 절제된 레이아웃을 쓰면 좋겠다. 유튜브의 경향TV 첫 페이지를 보면 섬네일의 정보량이 굉장히 많다. 시각적으로 화려한데 눈에 안 들어온다. 뭘 클릭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약간 신문기사 중심의 편집인데, 확 끌리는 제목을 유튜브 영역에서 별도로 개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경향TV 콘텐츠는 한겨레신문 콘텐츠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정치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 정치가 이중 삼중으로 포진해서 전반적으로 무거워 보인다. 사람들이 들어와서 가볍게 클릭하기 어렵다. ‘뉴스플리’는 뉴스 플레이리스트를 줄인 말 같은데 클릭하면 경향신문에 회원가입해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안내 외에는 아무 설명이 없다. 뉴스플리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입하라는데, 많은 사람이 활용을 할까.
■ 김용 = 이명희 논설위원이 김상균 경희대 교수를 인터뷰한 <“AI 시대 핵심은 내 일 지키기가 아니라 내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2월11일자) 기사는 내용이 풍부하고 좋았다. 그런데 그날 같은 지면 아래에 이진우 교수의 기고가 실렸다. 러다이트 운동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인데, 이 교수의 질문에 대한 답이 김 교수의 인터뷰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용상 종이신문에서 기사 위아래 배치를 바꿨다면 어땠을까. <“AI 정책, 철학 없는 기술 낙관주의” 우려>(2월4일자) 기사에서는 단체인 문화연대 중심으로 현 정부의 AI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소개했다. 비판적 입장을 소개할 가치가 있고, AI와 관련해 신중히 하자는 경향신문 기조와도 맞아 보인다. 독자 입장에서 조금 욕심내자면, 그 반대 측면도 조명하면 좋겠다. 후속작업으로 현 정부가 AI 행동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꼼꼼히 소개하거나 계획을 집필한 사람에게 지면 일부를 할애해서 토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대학 관련해 하나의 기사와 기고도 언급하고 싶다. 기고는 홍기빈 <대학의 세 기능을 해체하자>(2월3일자)이다. 대학이 전통으로 삼은 교육, 연구 기능이 AI 시대에 유효한가, 대학이라는 무거운 틀을 깨고 유연한 학습의 망을 만들 때라는 주장이 담겼다. 박은하 특파원의 <논문 없는 박사…차이 나는 중국 인재 양성>(2월9일자)은 중국에서 논문을 쓰지 않고도 신제품·기술을 만들면 박사 학위를 준다는 내용이다. 홍기빈의 주장과 중국의 이런 동향이 연결되면서 대학에 문제제기를 시작하는 맥락에서 상당히 기대된다. 앞으로 관련 이야기를 이어가면 좋겠다.
■ 김희진 = 온라인으로 경향신문을 보고 있다. 지면 형식으로도 보고 싶은데, PDF 파일이 있더라. 그런데 구독료가 월 20만원이라 놀랐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가격을 좀 낮춰서 보급할 방법이 없을까. 플랫과 인스피아, 음식 관련 콘텐츠를 구독했다. 그런데 버티컬 콘텐츠가 많은 온라인 기사와 정치 기사가 많은 지면 기사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플랫에서 볼 수 있는 기사와 주제, 톤이 많이 달랐다. 지면에는 여성, 환경 관련 기사들이 굉장히 적었는데, 그것도 놀라웠다. 나는 출판 쪽에 종사하고 있는데, 신간 소개 기사가 출판사 보도자료와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기사로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 <러·우크라 전쟁 4년째, 네 권의 책으로 읽는 러시아와 세계질서의 균열>(2월17일자)과 같은 종류의 책 기사가 필요하다. 관련 신간들이 비슷한 시기 나왔는데 출판 기자가 그 흐름을 알고 있어야 쓸 수 있는 기사다. <‘왕과 사는 남자’ 봤으니 책도 읽어볼까?…‘조선왕조실록’ ‘단종애사’ 등 덩달아 인기>도 비슷한 맥락의 큐레이션 기사다. 이런 기사를 지면에서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오용석 = 경향신문에 녹색전환연구소의 분석보고서 기사가 났다. <[단독] 전국 226개 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중 A등급은 11곳뿐…우리 동네는?>(2월4일자)인데, 이날 이후 사무실에 전국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A~D등급과 관련, 추가 설명을 요구하거나 해명하는 연락이 굉장히 많이 왔다. 지면 보도가 실제 정책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실감했다.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다양한 정책 의제가 있을 텐데 유권자가 기후·환경 의제를 잘 이해하고 중요한 공론의 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경향신문이 지면으로 잘 다뤄주면 좋겠다.르포 기사 <민원에 외곽으로 지하로, 밀려나는 ‘폐기물 처리시설’…지하 26m 아래 사람이 있다>(2월24일자)는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지역에서 처리하는 ‘지산지소’라는 원칙과 연결된 내용이다. 정책이나 갈등 구도 중심의 보도 속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시설이고 그러다보니 외곽으로, 지하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노동자들이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짚었다. 최근 기후·환경 보도에서 사람 이야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럴수록 이렇게 사람 냄새 나는 기사가 중요하고 소중하다.
■ 조윤희 = 저희 법률사무소가 여성, 아동, 소수자 사건을 많이 다루고, 특히 성폭력 피해 사건을 많이 하고 있어서 젠더 쪽에 관심을 두고 보는 중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시의적절하게 담아주는 점이 좋다. 가령 <영화계 성폭력 피해자들은 왜 지원 끊긴 ‘든든’에 남았나>(2월4일자)나 <교내 성폭력 신고해 전보된 교사…2년여 만에 “부당한 조치” 판결>(2월4일자), <‘성폭력 유죄’ 안희정의 정치 행보…피해자 “정계 영향력 행사 안 돼”>(2월11일자)가 다루는 사안은 여성계의 문제의식이 매우 큰 일들이다. 또 눈여겨볼 부분은 AI 기술로 성착취 이미지를 만드는 딥페이크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 “AI 산업 초기부터 성평등 고민해야”>(2월9일자)와 <영국, 그록 등 AI ‘성착취 이미지 생성’ 48시간 내 삭제 의무화 추진>(2월19일자) 등 경향신문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의 현황, 전망과 개선을 보도하는 데 경향신문의 강점이 보인다. 최근 아동·청소년 딥페이크 영상 및 이미지 등은 아동청소년법상 성착취물이 아니라고 법원이 선고한 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영상 등을 성착취물로 포함하는 아동청소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런 법제도적인 움직임과 변화도 기민하게 모니터링해서 보도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개정안이 나오면 입소문이 나고, 그런 제도적 변화가 많이 알려지면 좋을것이다.
■ 최정묵 = <고위 당국자 “트럼프 방중 계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열려 있어”>(2월24일자)에서 ‘팩트시트’ ‘안보협상’ 같은 용어는 해설이 있으면 더 친절했을 것 같다. 같은 날 <‘김정은 동생’ 김여정 장관급 승진…통일부 “대남·대외 역할 주목”>도 승진의 제도적 의미(부장 직위의 실권 범위)를 2~3줄 더 붙이면 맥락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정부 “북한 당 대회 메시지, 예측 범위 내…북·미 대화 조기 성사 지원할 것”>(2월27일자)은 ‘조건 없는 대화’가 비핵화 원칙과 어떻게 공존하는지(상징·실무), 한 단락이 더 있었으면 이해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월경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우리가 침묵을 깰 때 인식이 시작되고, 인식이 시작되면 자신감이 자라납니다. 그래서 ‘침묵을 깨자(Chuppi Todo)’는 곧 용기를 상징합니다.”
14억 인구의 인도는 ‘월경 빈곤’과 월경 보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가부장적이고 종교의 영향이 강한 인도에는 월경과 관련된 여러 금기(터부)가 있다. 사원에서 여성을 출입금지하는 것은 물론 보수적인 가정에서는 월경 중인 여성을 내쫓기도 한다. 월경을 지칭하는 ‘비밀스러운’ 표현도 넘쳐난다. 월경 때문에 학교를 관두는 소녀들이 많다는 게 무엇보다도 큰 문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월경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는 여성들이 있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인도 오디샤주의 월경권 활동가 파얄 파텔(31)을 이달 초 e메일과 메신저로 인터뷰했다. 파얄 파텔은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고향 오디샤주에서 지역사회 여성들에게 무상으로 월경 관련 강의를 하고 재사용 가능한 생리대를 보급하는 활동을 이어 와 ‘패드 걸(pad girl)’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여성들이 월경 기간 낡은 천, 신문지 등을 사용하고 월경에 관한 문제를 알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실태를 목격하면서 활동가의 길을 걷게 됐다. 파텔은 “침묵을 깨자”라는 구호를 사용한다. ‘월경을 말한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생물학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여성의 존엄을 회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인도에는 월경과 관련해 어떠한 사회적·종교적 금기가 존재하나요?
“인도에서는 월경이 여전히 사적이고 때로는 부끄러운 것으로 간주됩니다. 특히 시골과 부족 공동체에서 그렇습니다. 월경 기간 사원이나 절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일부 가정에서는 따로 떨어져 앉거나 일상 활동을 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동시에 월경을 존중하는 문화도 있긴 합니다. 오디샤주에서는 어머니 지구의 월경을 축하하고 존중하는 의미로 농업 활동이 3일 동안 멈춥니다. 월경이 단지 불결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창조의 한 부분임을 보여줍니다.”
- 인도에서는 월경을 우회적으로 지칭할 때 어떤 표현을 쓰나요?
“‘날짜가 왔다(Date aa gaya)’, ‘달이 진행 중(Mahina chal raha hai)’, ‘문제가 있다(Problem hai)’, ‘시간이 왔다(Time aaya hai)’, ‘매달 오는 것(Masikia)’ 등으로 언급합니다.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고 속삭이거나 제스처를 사용할 때도 있고요.”
- 어떤 계기로 월경에 관해 알리는 일을 시작했나요?
“저는 작은 부족 출신인데요. 마을을 방문하면서 여성들이 월경 기간 낡은 천이나 심지어 신문을 사용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많은 이들이 부끄러움 때문에 옷을 비밀리에 말리기도 하고요. 오늘날에도 몇몇 시골과 부족 공동체에선 기본적인 재생산 지식조차 부족해, 많은 여성들이 요도와 질이 다르다는 것을 모릅니다. 출혈이 계속되는데도 그것이 비정상이라는 걸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처럼 위생과 재생산 보건에 관한 인식이 매우 낮은 탓에 많은 소녀들은 자신의 몸에 관해 혼란을 안고 자라납니다. 이러한 풀뿌리 현실이 저를 공동체와 직접적으로 함께 일하도록 이끌었습니다. 21살에 월경 보건 인식 향상을 위해 인생을 헌신하겠다고 다짐했죠.”
- 교육의 중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강의에서는 월경과 관련된 생리학적 지식, 정상 출혈과 비정상 출혈의 차이, 위생 습관, 영양, 운동, 월경 용품의 종류, 안전하게 버리는 법 등을 다뤘습니다. 처음에는 여성들이 부끄러움과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긍정적인 변화가 나왔습니다. 여성들이 수치심 없이 질문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됩니다. 혼란스러움이 명확함으로,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침묵이 대화로 바뀔 때 보람을 느낍니다. 단지 인식을 제고하는 게 아니라 힘을 갖는 것이거든요.”
- 월경에 대해 말하기 힘든 분위기 속에서 활동하면서 곤란을 겪진 않았나요?
“초창기에는 공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공개적으로 월경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몇몇 사람들은 제 인성을 문제삼았어요. 제 미래와 결혼에 관해 말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공개적으로 말할 주제가 아니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주제야말로 곧 중요한 주제라고 믿습니다.”
파얄 파텔이 지난 10년 동안 직접 목격한 것은 주로 오디샤주 시골 지역에 집중돼 있다. 그렇지만 인도 전체로 넓혀봐도 월경용품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인도 정부가 실시한 제5차 국가가정건강조사(2019~2021년)에서 위생적인 월경용품(생리대, 탐폰, 생리컵 등)을 사용하는 15~24세 여성의 비율은 77.3%에 그쳤다. 직전 제4차 조사(2015~2016년) 당시에 이 비율이 57.6%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4명 중 1명은 월경용품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도시 89.4%, 농촌 72.3%로 도농 격차도 크다.
또 인도에서는 매년 여학생 약 2300만명이 학교를 그만두는데, 열악한 학교 위생 시설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23년 기준 인도에서 화장실이 없거나 매우 열악한 학교는 13%였다. 손씻기를 위한 물과 비누를 모두 갖춘 학교는 53%에 불과했고 손씻기 시설 자체가 없거나 물이 없는 학교도 25%에 달했다.
- 인도에서는 월경용품을 구하기 어려운 편인가요?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농촌 지역에서는 월경 때 낡은 천이나 마른 잎, 신문지 등을 사용하는 일이 흔했어요. 생리대에 관한 인식과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10년이 지나 뚜렷한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이제 많은 이들이 생리대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난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생리대를 살 능력이 없거나 지식이 부족해 여전히 깨끗하지 않은 천을 쓰는 여성도 있거든요. 특히 저소득 가정에서 생리대는 비싸게 느껴집니다. 몇몇 농촌 지역에서는 생리대를 찾기도 어렵고요. 남성 직원에게서 생리대를 구입하기 부끄러워하는 여성도 많습니다. 이렇게 보면 월경 빈곤은 단지 구매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과 사회적 침묵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 월경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맥락은 무엇인가요?
“이제 웬만한 학교에 화장실과 자판기, 쓰레기 처리 시설이 있다고는 하지만 밑바닥 현실은 다릅니다. 수도 시설이 일정하지 않거나,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거나, 자판기를 사용할 줄 모르거나, 교사가 월경에 관해 가르치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러면 여학생들은 도움을 요청하기 부끄러워집니다. 이러한 고통과 불편함이 출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한달에 4~5일 정도 학교를 빠지면 학업에 흥미도 잃고 자신감도 떨어지게 되고, 결국 학업 포기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월경 존엄이 교육과도 연결되는 것입니다.”
- 학업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건 큰 문제로 보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학생들이 자신의 걱정을 누구와도 터놓고 상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정에서도 망설이고, 학교에서도 불편하고, 사회에서도 비난당할 것이란 두려움이 있습니다. 때로는 어머니조차 딸에게 월경에 관해 설명하길 망설이니까요. 결과적으로 많은 소녀들이 초경을 혼란과 공포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침묵이야말로 깊이 내재한 문제고, 존중을 유지하면서 수치심을 없애는 게 과제인 것입니다.”
지난 1월말 인도 대법원은 월경 건강과 위생이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생명권과 인간 존엄성 보장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한 활동가가 ‘정부는 여학생과 교육 기관에 생분해성 생리대를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고 청원한 것에 대한 판단이었다. 인도 대법원은 안전하고 저렴한 월경용품을 구할 수 없는 문제를 ‘월경 빈곤’이라 지적하며 이 문제가 여학생의 학교 출석률 저하와 중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인도 대법원은 모든 교육 기관이 무료 생리대 외에도 여벌 속옷과 교복, 일회용 봉투 등을 비치해야 하며 성별 분리된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인도 사회를 얼마나 바꿀지는 두고 봐야 한다. 월경용품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시골 지역에선 월경용품 보급 자체가 어렵다. 가격이 저렴해진다 하더라도 저소득 여성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월경을 수치스럽고 불경한 것으로 보는 시선을 어떻게 개선할지의 문제가 남는다.
- ‘침묵을 깨자’를 구호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마을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생리대 부족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침묵이었거든요. 많은 소녀들이 통증과 불규칙적 월경, 감염, 혼란 등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부끄럽단 이유로 말하지 않아요. 자신이 월경 중이라고 말하지 못하니 어떻게 도움을 청할까요? 그래서 ‘침묵을 깨자’는 메시지를 골랐습니다. 이 메시지는 사회를 향한 요청, 소녀들이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입니다. 월경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우리가 침묵을 깰 때 인식이 시작되고, 인식이 시작되면 자신감이 자라납니다. 그래서 ‘침묵을 깨자’는 곧 용기를 상징합니다.”
-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여성에게 왜 중요한가요?
“사고방식이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회가 월경을 불결하다고 생각한다면 여성들은 수치심을 느끼며 자랍니다. 자신감과 교육,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받지요. 그렇지만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합니다. 학교에 깨끗한 화장실과 수도 시설, 쓰레기 처리 시설이 있어야 하고 교사도 주저없이 학생을 가르치도록 훈련돼야 합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자판기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진짜 변화는 긍정적 사고방식과 제도적 뒷받침을 동시에 의미합니다.”
- 인식 제고와 더불어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나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재사용이 가능한 저비용 생리대를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을 하고 있어요. 일회용 생리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했습니다. 이 생리대는 지역사회에서 여성들이 운영하는 상점이나 여성들의 자조모임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건강과 지속가능한 월경용품, 자연을 지키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인도의 모든 여성이 인식과 존엄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월경 선택지를 갖기를 바랍니다. ‘패드 걸’이라는 명칭은 수년 동안의 월경 존엄을 향한 싸움, 책임감, 헌신을 뜻하니까요.”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법원이 검찰의 불법 감금 수사 사건을 재심하기로 결정했으나 검찰이 반발해 ‘즉시항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항소심 법원은 검찰의 위법 수사가 있었다고 보고 이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재판장 차승환)는 지난달 27일 ‘이치근씨 강압 수사 사건’의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검찰 측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음이 증명됐다고 본 원심 결정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서울지방검찰청(현 서울중앙지검) 접수계 말단 직원으로 일하던 이치근씨는 상급자였던 7급 수사관 박모씨를 도와 진정서를 파기했다는 누명을 쓰고 199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이 과정에서 영장 없이 개인호출기 등 소지품을 압수당하고, 검사실에 감금돼 수일간 밤샘 조사를 받았다. 박씨는 자신의 비위 행위가 담긴 진정서를 위조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그가 도주하자 검찰이 이씨를 범인으로 몰아 사표를 받아냈다. 이후 이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지자 검찰이 이씨를 다시 잡아들인 뒤 불법 감금과 협박 등 불법 수사를 거쳐 기소했다고 진실화해위는 결론 내렸다. 박씨도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자신이 진범이며 검찰의 강압 수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원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17일 진실화해위 결정을 인용해 재심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7일 이상 집에 가지 못하고 검사실, 수사과 등에서 대기하며 밤낮으로 조사를 받는 등 불법 감금된 사실, 수사 검사로부터 욕설과 폭언, 밤샘 조사, 자백 강요 등 강압 수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음이 증명됐다”고 재심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재심 결정에 불복해 이틀만인 지난해 8월19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재심사유 인정을 위해선 불법 구금 등 범죄사실의 존재가 적극적으로 입증돼야 하나 본건은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고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수사기관에 의한 범죄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재심 개시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위법수사가 증명됐다면서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해 검사가 업무시간 중에는 이씨에게 업무를 보게 했다가 업무가 종료된 야간에 조사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상부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수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조사했다는 것은 선뜻 믿기 어렵다”며 “이씨가 사직한 후 불과 6일만인 1991년 5월1일 긴급 구속돼 5월3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7월4일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에 비춰 보면 원심 결정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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